“정부·연구원·규제기관·학계가 똘똘 뭉쳐있습니다. 이런 마피아도 없을 것입니다.”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2017년 8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가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노동조합에게 형사고소를 당했습니다.“현재 한국 정부나 한수원은 원전 한 기를 하루만 가동하면 10억 원의 경제적 이득이 생긴다며 가동을 멈추려고 하지 않습니다. 굳이 그들을 핵마피아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그들이 마피아처럼 조직의 이해관계를 깰 수 없기 때문입니다.”같은 대학 김익중 교수는 2016년 12월 서울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활동하다 법정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탄소감축에 소극적인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내거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에 항의하다 기소된 활동가들이 그 예다. 세계 각국에서 2000건 이상의 기후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활동가들은 인간이 지구를 파괴하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현행법에 이의를 제기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사법부의 전향적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단비뉴스>는 기후재판의 현주소와 의미를 짚는 심층기사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지난 10월 21일 이은호(34), 이상현(36), 문성웅(21),
“비 안 올 때 땅을 이렇게 손으로 쓸면 새까매. 사시사철 그래. 큰 차도 엄~청 지나다니고, 말도 마. 요새는 그래도 비 와서 덜한 거지. 안 아픈 양반들이 없어. 다들 심장 같은 데도 시원치 않고, 죽었다 하면 다 암이지 뭐. 여기도 지금 항암 주사 맞으러 병원 다니는 사람이 많어.”2017년 8월 21일 오후 충남 보령시 주교면 고정2리 주민회관. 빙 둘러앉아 심심풀이 화투를 치던 할머니들이 오영혜 씨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이들은 주민회관에서 2킬로미터(km) 거리에 1983년 보령화력발전소가 들어서기 전부터
대학 입학 뒤 3년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인원 충원과 정년 보장을 요구하며 본관을 점거하여 농성에 들어갔다. 나는 농성장에 찾아가 밥을 나누고 커피를 마셨다. 오가며 눈인사만 나눴던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한참 들었다. ‘해골 두 쪽 나도~’ 같은 과격한 가사가 담긴 민중가요를 처음 듣고 너무 놀랐다고 어느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박완서 작가의 소설 <나목>을 좋아한다는 아주머니도 있었다. 청소노동자와 본격 문학의 조합이 낯설었지만, 그게 나의 오랜 편견이라는 걸 깨닫고는 이내 부끄러워졌다.폭력적인 것에 두려
유럽의 지속 가능 농업을 배우러 간 한국 활동가들을 매료시켰던 독일 전문가들이 국내 심포지엄 연단에 섰다. 25일 서울 종로1가 교보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대산농촌재단 창립 31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요셰프 히머 박사 등 3명은 농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직업교육, 재생에너지 발전 등 독일 농업농촌의 혁신에 관해 설명했다. <미래가 있는 농촌, 지속가능한 농업>을 주제로 한 이날 심포지엄에서 김기영 대산농촌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코로나19로 중단되었던 해외농업연수를 (지난 5월) 3년 만에 재개하면서 연수자들이 가장 흥미로워한 독일 현장의 전문가를 초청했다”고 소개했다.
‘고통과 착취의 상황에서 구조될 권리’‘보호받는 집, 서식지 또는 생태계를 가질 권리’‘법정에서 권익이 대변되고, 법에 의해 보호받을 권리’‘인간에게 착취, 학대, 살해당하지 않을 권리’‘소유되지 않고 자유로워질 권리, 또는 그들의 권익을 위해 행동하는 보호자가 있을 권리’지난 1일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앞. ‘동물권리장전’(Animal Bill of Rights)의 5개 조항이 각각 적힌 만장 10개가 범선의 돛처럼 바람을 버티며 서 있었다. 그 앞으로 검은색과 붉은색 옷을 입은 남녀 200여 명이 각각 한 손에 장미 모양 조
"과학이 파이팅만으로 될까요?"2017년 11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공청회장. '파이로프로세싱(건식재처리)' 예산안심사를 위해 전문가 진술을 듣는 자리에서 신경민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에게 따지듯 물었습니다. 앞서 황 교수는 국내 원전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을 재처리해서 부피와 독성을 줄이기 위해, 파이로프로세싱과 고속로 기술개발에 계속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신재생에너지나 반도체 개발비용의 10분의 1 혹은 100분의 1만 투입해도
2017년 6월 19일 오전 10시,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이 열렸습니다. 무대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과 인근 월례초등학교 학생 8명이 나란히 놓인 9개의 버튼을 동시에 누르자 ‘더 안전한 대한민국’이 한 글자씩 적힌 하늘색 대형 풍선들이 행사장 스크린 위로 둥실 떠올랐습니다. 지역 주민과 한수원 임직원 등 참석자 200여 명은 힘찬 박수로 호응했습니다.과거 정부 원전 운영 투명성 부족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고리1호기는 지난 40여 년간 전력생산으로 경제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미치코 가쿠타니 지음/돌베개/13,000원2021년 1월 6일, 미국 의사당이 점령당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대선에서 패배하자 부정선거라고 주장했다. 그날 오전 백악관 앞에서 “죽도록 싸우라”라며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지지자들은 연방의회 의사당 창문을 깨고 난입했다. 상원의장석을 점령하고 무장 난동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을 포함해 5명이 사망했다. 이들의 의회 폭동은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협당한 대표적인 사건이다. 의회폭동이 일어나기 3년 전, 민주주의를 향한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곳에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남계리가 있다. 합수머리를 꼭짓점 삼고 두 개의 강줄기를 따라 삼각형으로 펼쳐진 남계리는 대부분의 땅이 쌀농사를 짓는 논이다. 논둑 곳곳에는 ‘무농약 벼’를 알리는 팻말이 세워져있다. 지난달 23일 오전 남계리 1340번지 논두렁에 등산용 신발과 모자 등 다양한 작업복을 차려 입은 남녀노소 2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익숙한 듯 낫을 들고 논두렁에 무성하게 자라난 잡초를 베기 시작했다.“이거는 베도 되는 걸까요?”농부 행색 갖췄지만 ‘벼’와 ‘피’ 구분은 어려워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첫 화면 위에 추천, 국내숙소, 즐길거리, 교통/항공, 해외여행으로 나뉜 목록이 있다. 아래에는 최근 본 상품과 인기여행지가 펼쳐져 있다. ‘국내숙소’를 누르자 모텔, 호텔, 펜션/풀빌라, 리조트, 글램핑 등 원하는 숙소 형태를 선택하는 페이지가 나온다. ‘모텔’을 선택하고 지역을 고르면 수많은 모텔업소가 스크롤 아래로 쏟아진다. 날짜와 인원을 선택하면 더 정확한 업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애견 동반이나 수영장 유무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으로 들어간 숙박업소 예약 플랫폼 ‘야놀자’의 모습이다.2016년 ‘야놀자’가 경
‘인류의 역사는 비포 코로나(B.C)와 애프터 코로나(A.C)로 구분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로 코로나19는 개인과 사회에 깊은 내상을 남겼다. 이제 코로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은 서서히 물러가는 듯 보이지만, ‘또 다른 팬데믹이 올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 사회는, 그리고 인류는 또 다른 팬데믹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지난달 28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인문사회교양특강에 나선 홍윤철(62)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일자리, 문화인프라 등과 함께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갖춘 ‘자족형 스마트
‘주민 무시한 악덕업체 지금 당장 철수하라.’‘우리는 풍력단지 중단할 때까지 결사 항전한다.’‘자연환경 훼손하는 풍력단지 중단하라.’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봄 햇살이 눈부셨던 2018년 4월 28일 오전, 경북 영덕군 달산면의 무지개쉼터. 실개천 옆 공터에 아늑한 나무 그늘이 있어 평소 마을잔치가 열리곤 하던 공간이지만 이날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햇빛가리개 모자 위에 ‘풍력반대’ 빨간 띠를 두른 남녀 주민 70여 명이 서릿발 같은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 들었습니다. 대부분 검게 그을린 얼굴에 굵은 주
시사교양 프로그램 <당신이 혹하는 사이>, 책 <슬기로운 팩트체크>, 그림책 <감기 걸린 물고기>의 창작자들이 한 곳에 모였다. 장르는 다르지만 모두 허위 정보의 위험성을 다루는 콘텐츠다.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팩트체크넷이 주최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후원한 ‘제2회 팩트체크 주간’ 네 번째 날인 7일 오후에는 토크쇼가 열렸다. 토크쇼는 3개의 세션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먼저 이한기 SBS PD가 <당신이 혹하는 사이>의 제작 후기를 나눴다. 시민 전은희씨가 사회를 맡아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수집과 검증의 방법을 물었다. 다음
지난 26일 오후 2시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두산중공업 사옥(두산타워) 앞. 바람이 거세게 부는 거리에서 남녀 청년 50여 명이 서로 인사를 나눴다. 몇 분 뒤 ‘두산 경비원’ 역할을 맡은 한 남성 활동가가 “여기 사유지인 거 몰라, 사유지! 뭔데 이러고 있는 거야!”라고 소리를 지르자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로켓단’ 노래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동시에 청년기후긴급행동의 이나경, 오지혁 활동가가 마이크를 들었다. “우리가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 “지구의 파괴를 막기 위해, 이 세계의 평화를 지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