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성탄절 세상을 떠난 조세희 작가는 2008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 출판 30주년에 즈음한 <한겨레> 인터뷰에서 “책을 쓸 당시엔 30년 뒤에도 읽힐 거라곤 상상 못 했다”고 말했다. 이 연작소설은 도시 재개발로 밀려난 철거민 가족이 절망 끝에 목숨을 버리거나 신산한 삶을 이어가는 반면, 부자들은 입주권 매입 등으로 쉽게 돈을 벌며 가난한 이들 위에 군림하는 세태 등을 그렸다. 조 작가는 “앞으로 또 얼마나 오래 읽힐지 알 수 없지만, 세상이 지금 상태로 가면 깜깜하다는 것, 그래서 미래 아이들이 여전히 이
“최대 2만 달러의 학자금 빚을 없애드립니다.”지난달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일정 소득 아래 대학생·대졸자 등록금 대출을 2800여만 원까지 탕감해주기로 하자, 찬반 논란에 불이 붙었다. 공화당은 대학에 못 간 노동자들과 성실하게 빚을 갚은 사람들을 역차별하는 정책이라고 공격했다. 빚 탕감으로 소비를 자극하면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전문가도 있다.반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미국 경제규모 등을 고려할 때 빚 탕감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은 작다”며 이 정책을 옹호했
황토색 물이 지하철역 안으로 폭포처럼 쏟아진다. 전동차에 갇힌 승객들은 순식간에 가슴팍까지 물이 차오르자 겁에 질린 채 ‘살려 달라’고 외친다. 설상가상으로 전등이 꺼져 깜깜해지고, 환기장치도 멈춰 숨이 가빠온다. 물에 잠긴 사람들은 전동차 손잡이를 부여잡고 공포와 싸운다. 지난해 7월 20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지하철 5호선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 시간당 200밀리미터(㎜)라는 기록적인 비가 쏟아진 이날, 퇴근시간대 전동차에 갇혔던 500여 명 중 최소 14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많은 비가 내린 지난 8일 서울에서도
이따금 장을 보는 대형마트에서 라면이 몇 종류나 되는지 세어본 일이 있다. ‘매운맛’을 자랑하는 챔피언부터 ‘식물성’을 강조하는 도전자까지 화려한 포장의 봉지라면만 수십 종. 컵라면을 포함하면 100가지를 훌쩍 넘었다. 개당 몇백 원에서 1천 원대에 따끈하고 맛있는 한 끼가 되어주는 라면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은 자연스럽다. 피자도 1만~2만 원대면 여럿이 둘러앉아 한두 조각씩 즐길 수 있는 일상의 별미가 됐다. 그런데 이렇게 맛있는 밀가루 음식들이 언제까지나 ‘착한 가격’으로 우리 곁에 남을 수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폭도들은 도널드 트럼프의 사주를 받았나. 요즘 미국 하원에서는 2021년 1월6일 ‘의회 폭동’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 열기가 뜨겁다. 지난 9일 첫 공개 청문회는 2천만 명 이상이 생중계로 지켜봤다. 2020년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패하자 ‘선거가 조작됐다’고 믿는 지지자 수천 명이 상하원 합동 선거인증을 막기 위해 의사당을 점령했다.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등 5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부상당했다. ‘미국 민주주의의 최대 위기’였다.미국 방송의 브라이언 스텔터 기자는 저서 <속
경제사학자인 애덤 투즈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해 펴낸 책 <셧다운>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기존 데이터로 예측할 수 없는 돌발적 위험’을 뜻하는 검은 백조(블랙스완)가 아니라 ‘충분히 예견됐지만 무시된 위험’인 회색코뿔소(그레이라이노)였다는 얘기다. 바이러스 학자들은 ‘독감과 비슷하고 전염성이 강한’ 새 감염병이 출현할 것을 이미 예고했고, 동아시아 전역에 존재하는 박쥐 서식지를 발원지의 하나로 꼽았으며, 글로벌 운송과 여행 경로를 따라 빠르게 전파될 것을 경고했다고 한다.
30여 년 전 노동부 출입기자단의 일원으로 강원도 한 탄광에 현장취재를 갔다. 작업복에 안전모를 쓰고 지하 수백 미터 갱도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누군가 혼잣말을 했다. “탄광 생긴 이래 여자가 들어온 일이 없다는데…. 붕괴사고 난다고.”
“이것은 골리앗에 대항한 다윗의 역사적 승리다.” 지난 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시 스태튼섬의 아마존 물류창고 제이에프케이에이트(JFK8)에서 노조 결성 투표가 가결되자 <뉴욕타임스>에서 25년간 노동 분야를 취재했던 스티븐 그린하우스가 트위터에 쓴 말이다. 1994년 창사 뒤 ‘무노조 경영’을 고집해온 아마존은 조합 설립을 막는 컨설팅 비용 등으로 지난해 약 50억 원을 썼다고 한다. 반면 크리스천 스몰스 등 전·현직 아마존 창고노동자들은 크라우드펀딩으로 마련한 1억4천여만 원으로 8천여 명 대상 캠페인을 벌여 ‘과반 투표, 과반 찬성’을 얻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