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흔든 책] 문제 해결 저널리즘

문제 해결 저널리즘/이정환/인물과사상사/18,000원

숨겨진 문제를 세상에 드러내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다. 하지만 대중은 끊임없는 문제 제기에 어쩔 수 없는 피로감을 느낀다. 해결되지 않은 새로운 문제가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펴낸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 응답자의 54%가 ‘뉴스를 보지 않으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언론이 문제 제기를 넘어 해법을 소개할 순 없을까? <문제 해결 저널리즘>은 이처럼 간단하면서 원초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책의 저자이자 <미디어오늘>의 대표인 이정환은 문제를 이야기하는 기사는 많지만, 해법을 고민하는 언론은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언론이 왜 해결 지향의 접근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법에 다가가야 하는지를 소개한다. 

'문제 해결 저널리즘' 표지. 출처 인물과사상사
'문제 해결 저널리즘' 표지. 출처 인물과사상사

문제의 구조를 드러내고 사회적 해법에 다가가려는 솔루션 저널리즘은 그 명칭으로 인해 거부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언론의 중심 역할이 해법 제시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섣부른 해법 제시에 치중하느라 언론 본연의 역할인 감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솔루션 저널리즘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솔루션 저널리즘을 ‘시민 없는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솔루션 저널리즘은 사실 전달과 문제 제기를 넘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자, 시민 참여를 이끄는 저널리즘의 역할에 더 집중하는 기법이라는 것이다. 

해법이 아니라, 해법을 찾는 과정에 집중

2016년, 운동화 깔창을 생리대 대신 사용한다는 학생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졌다. ‘생리 빈곤’에 관한 기사가 홍수처럼 쏟아졌고, 같은 해 10월부터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을 위한 생리대 지원이 시작됐다. 하지만, 지원 대상이 되는 학생들의 프라이버시가 노출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당시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 가운데 생리대 지원을 직접 신청해 받는 비율은 62.6%에 그쳤다. 

이 문제를 다루는 올바른 언론의 태도는 무엇일까? 이런 경우에 대해 솔루션 저널리즘은 해답을 곧장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지 추적하라고 안내한다. 생리대가 없으니 생리대를 주자는 대안이 왜 다시 문제를 일으켰는지 세밀하게 따져보는 취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생리대를 살 형편이 안 되는 학생들을 어떻게 찾았는지, 그 과정에서 개인 정보 유출은 없었는지,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기록해야 한다. 

따라서 솔루션 저널리즘이 추구하는 ‘해법’은 단편적 아이디어가 아니라 널리 확산되어 반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시행착오를 겪은 사례와 더불어 데이터를 근거로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하나의 해법을 정답처럼 선택하는 것은 위험하다. 완벽하게 완성된 해법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언론이 특정 해법을 대변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솔루션 저널리즘은 ‘엄밀한’(rigorous) 취재를 바탕으로 확장성을 갖춘 여러 해법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증거를 통해 사회가 어떻게 나아질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초점은 ‘어떻게 했느냐’에 맞춰져야 한다. 

솔루션 저널리즘의 실현을 위해서

침수 사실을 전하는 것을 넘어 침수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추적하는 과정이 솔루션 저널리즘이다. 연합뉴스
침수 사실을 전하는 것을 넘어 침수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추적하는 과정이 솔루션 저널리즘이다. 연합뉴스

의사는 크게 두 가지 일을 한다. 환자를 진단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한다. 진단을 잘해 올바른 치료법을 제시하는 일에 유능한 의사가 있고, 수술을 통해 적절하게 치료하는 일에 능숙한 의사가 있다. 이를 저널리즘에 대입해보면, 문제를 찾아내는 것이 진단이고, 해법을 소개하는 것은 치료다. 물론 저널리즘에서는 언론 본연의 역할에 해당하는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치료에 집중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의 역할도 필요하다.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다.

저자는 언론이 좋은 치료를 하는데 필요한 방법을 설명한다. 우선, 좋은 질문이 우리를 해법으로 이끈다고 강조한다. 치료에 앞서 문제의 원인을 짚어내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제를 정확하게 규정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는 올바른 솔루션 저널리즘을 위해 10가지 체크 포인트를 제안한다. 사진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홈페이지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는 올바른 솔루션 저널리즘을 위해 10가지 체크 포인트를 제안한다.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 누리집 갈무리

그는 체크리스트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솔루션 저널리즘 접근 방식을 연구, 교육하는 비영리 단체인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가 제안하는 10가지 체크 포인트를 한국의 상황에 맞춰 소개한다. 저자는 거듭해서 완벽한 해법은 없다고 말한다. 해법에 접근하는 과정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솔루션 저널리즘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솔루션 저널리즘은 아직 한국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 그 정의와 개념에 관한 정립도 명확하다고 볼 순 없다. 다만 언론이 비판과 냉소를 넘어 대중들에게 효능감을 줄 수 있는 하나의 취재 기법이자 스토리텔링 방법인 것은 분명하다. 수많은 대중이 뉴스에 피로감을 느끼는 시대에 저널리즘의 더 적극적인 역할을 꿈꾸는 언론인에게 <문제 해결 저널리즘>은 좋은 교과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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