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특강] 김수형 SBS 정치부 국제팀 기자

“예전 같으면 엄두도 못 냈죠. 외국에서 직접 취재하려면 비용이 수천만 원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고 절차도 까다롭습니다. 그런데 디지털화로 인해 취재의 장벽이 확실히 낮아졌습니다. ‘직접 취재’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거죠. 글로벌 플랫폼으로 취재원이 자신의 뉴스에 관한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점거, 우크라이나 전쟁 등 희대의 사건을 미국 워싱턴에서 취재한 SBS 정치부 국제팀 김수형(45) 기자가 지난달 29일 충북 제천시 세명대 문화관에서 열린 저널리즘특강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초청으로 ‘디지털 시대 특파원의 세계’를 강연한 그는 자신이 보도한 방송뉴스와 ‘워싱턴 인사이트’ 등 뉴미디어 영상을 보여주며 화상연결 등으로 공간의 제약을 극복한 취재기를 풀어놨다. 2003년 SBS에 입사한 김 기자는 2019년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워싱턴 특파원으로 일했으며 각국의 코로나 팬데믹 동향과 대응방안을 심층보도한 공로로 2022년 보건의 날 국무총리표창을 받기도 했다.

직접 취재한 입체적 이야기를 디지털로 전파

김수형 SBS 기자가 지난달 29일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저널리즘특강에서 ‘디지털 시대 특파원의 세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김수형 SBS 기자가 지난달 29일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저널리즘특강에서 ‘디지털 시대 특파원의 세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김 기자는 특파원으로 일하는 동안 ‘가급적 현장과 인물을 직접 취재할 것’ ‘다양한 관점과 목소리를 입체적으로 전할 것’ ‘짧은 뉴스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디지털 콘텐츠에 담아 전파할 것’을 지향했다고 말했다. 국내 언론사들은 미국 워싱턴, 프랑스 파리 등 여러 외국 도시에 특파원을 보내고 있지만 인력, 시간, 재정적 한계 탓에 직접 취재 대신 현지 언론을 통번역해 보도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중에는 현장 취재나 인터뷰가 더욱 위축됐다. 반면 김 기자는 미국은 물론 우크라이나, 러시아, 아프가니스탄 등 여러 나라 취재원들을 화상회의 등으로 연결해 직접 취재한 뉴스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러시아의 공습을 받고 있던 우크라이나 키이우시의 비탈리 클리츠코 시장과 미국 코로나19 대응 사령탑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의 수하일 샤힌 대변인 등과 화상 인터뷰를 한 것이다. 수하일 샤힌 대변인의 경우 김 기자가 미국 공항에서 취재했던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에게 연락처를 수소문한 뒤 메신저 서비스인 왓츠앱을 통해 섭외에 성공했다. 김 기자는 “카불을 탈출한 아프간 난민들이 공항에서 SBS로고를 보고 ‘인기가요’라며 반가워했다”며 “한류의 인기 덕에 여러 사람의 연락처를 쉽게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또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다양한 관점을 입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콘스탄틴 코샤초프 러시아 상원 외교위원장과도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 반도를 병합하던 당시 유럽 주둔 미군사령관을 지낸 벤 호지스 예비역 중장의 이야기도 화상으로 직접 들었다. 김 기자는 “한국 특파원으로서 외국 취재원들에게 우리 국민들이 궁금해 할 내용들을 직접 물었고, 하나의 사안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기사에 담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취재원 인터뷰 영상에 러시아어 댓글 달려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학생들이 김수형 기자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이날 특강에는 줌 화상회의를 통해 외부 청강생도 참여했다. 박시몬 기자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학생들이 김수형 기자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이날 특강에는 줌 화상회의를 통해 외부 청강생도 참여했다. 박시몬 기자

그는 2분 남짓한 방송리포트로는 충분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워싱턴 인사이트’라는 심층취재영상을 제작했다. SBS의 비디오머그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송출되는 이 디지털 콘텐츠에는 리포트에서 다 설명하지 못한 배경과 맥락을 충분히 담을 수 있다. 또 무엇보다 전 세계 시청자에게 장벽 없이 전달된다는 장점이 있다. 인기 영상은 수백만 명이 시청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밀로프 전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을 인터뷰한 영상에는 러시아어로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디지털화로 국경이 없어지면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이죠.”

워싱턴 인사이트에는 김 기자가 워싱턴의 백악관 앞에서 미국인들과 딱지치기를 하는 영상도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큰 인기를 끈 지난해, 김 기자는 백악관 앞으로 딱지를 들고 가 시민들과 딱지치기 게임을 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미국인들이 모여들어 딱지를 쳤고, 이어진 인터뷰에서 오징어게임을 본 소감을 술술 털어놓았다. 워싱턴 인사이트는 김 기자가 귀국한 후 ‘글로벌 인사이트’로 이름을 바꿔 제작하고 있다.

방탄조끼를 입고 시위현장에 나가는 특파원도

현장을 중시하는 그에게 위험한 순간도 없지 않았다. 코로나가 한창 확산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많은 취재현장에 나갈 때는 마스크를 두 겹으로 쓰기도 했다. 지난해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의사당을 점거하고 폭동을 벌였을 때는 김 기자가 금방 취재를 마치고 떠나온 현장에서 폭발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래도 시위 참가자들을 열심히 인터뷰하며 친분을 쌓은 덕에 의사당에 최루탄이 터진 장면을 영상으로 받아 리포트에 활용할 수 있었다. 당시 폭동 현장을 함께 취재했던 다른 언론사 기자는 방탄조끼를 입고 나오기도 했다.

“특파원은 현장에서 끊임없이 카메라 감독 등 직원들의 위치를 파악하면서 비상상황에 대비합니다. 특파원이 현장 책임자가 될 수밖에 없거든요. 위험도가 높으면 무리해서 안 좋은 일을 겪는 것보다 아예 취재를 진행하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김수형 SBS 기자가 미국 워싱턴 특파원 시절 취재 현장에서 경험한 여러 사건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김수형 SBS 기자가 미국 워싱턴 특파원 시절 취재 현장에서 경험한 여러 사건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질의답변 시간에 서현덕(29·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생) 씨가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질문하는 법’을 묻자 김 기자는 “미리 기본적인 질문을 준비하되 현장 분위기와 상황을 고려해 즉흥적으로 추가 질문을 잘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유세현장에 나갈 때 ‘당신은 왜 트럼프를 지지하는가’ 등의 질문을 기본적으로 준비하지만, 현장 상황을 보고 ‘트럼프의 연설이 왜 당신을 흥분시켰는가’ 등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재할 때 한국, 미국,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시차계산기를 늘 옆에 두고 일했다는 그는 “외국어로 취재하는 것도 힘들었고 모든 게 걱정됐지만 내 리포트를 볼 시청자들을 생각하면서 극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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