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특강]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테러 피해자를 지원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청년들의 우울증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지역 의료공백의 해법은 없을까. 여러분이 원하는 솔루션 아이템에 투표해 주세요.”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 니스의 지역신문 <니스마땅>은 뉴스레터를 통해 한 달에 한 번 독자들에게 다음 솔루션 기사의 주제 선정을 부탁한다. 독자는 세 가지 이슈 가운데 가장 궁금한 것을 선택한다. 주제가 정해지면 기자들은 취재를 시작하고, 문제의 해법을 찾아 나선다. 독자들은 지역사회의 관심사를 파고드는 기자들을 응원하고, 좋은 기사가 나오길 기다린다. 지난 6월 현지에 갔을 때 <니스마땅>의 유일한 한국인 구독자(온라인)임을 확인했다는 이정환(49) 미디어오늘 대표는 이를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솔루션 저널리즘’의 사례로 들었다.

다음 기사를 함께 정하는 ‘니스마땅’의 구독자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가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특강에서 ‘솔루션 저널리즘’의 의미와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윤준호 기자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가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특강에서 ‘솔루션 저널리즘’의 의미와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윤준호 기자

지난 14일 충북 제천시 세명대 문화관에서 열린 저널리즘특강에서 이 대표는 ‘솔루션 저널리즘과 새로운 질문’이라는 제목으로 해법을 찾는 언론의 역할에 관해 강연했다. 이 대표는 “우리 사회에 수년째 반복되는 문제들은 많지만 해결책을 찾는 노력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제는 문제를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언론이 좋은 질문과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언론이 답을 내놓아야 하냐고요? 솔루션 저널리즘은 언론이 해법을 제안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 해결을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과정을 추적하고 기록하는 보도 기법입니다.”

<문제 해결 저널리즘>의 저자이기도 한 이 대표는 각국의 솔루션 저널리스트들을 많이 만났다. 그는 지난 9월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WAN-IFRA) 총회에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라스무스 클라이스 닐슨 소장이 한 말을 소개했다. 뉴스를 보지 않고 믿지 않는 사람들의 냉소와 불신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 대표는 “고발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해결되지 않는 사회적 문제들의 해법을 고민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문제 해결 과정에 집중하는, 엄밀한 증거 기반 보도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생들이 이정환 대표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이날 특강에는 줌 화상회의를 통해 외부 청강생도 참여했다. 윤준호 기자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생들이 이정환 대표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이날 특강에는 줌 화상회의를 통해 외부 청강생도 참여했다. 윤준호 기자

미국의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SJN)는 ‘사회 문제에 대응하는 엄밀한 취재 보도이며, 문제를 드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 과정을 증거에 기반해서 보도하는 기법’이라고 솔루션 저널리즘을 정의한다. 이 대표는 솔루션 저널리즘이 과거보다는 미래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일들을 추적 보도하거나 발생한 사건을 빠르게 다루는 전통적 방식이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는 것이다. ‘누가 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했느냐’, 즉 사람이 아닌 해법이 주인공이 되는 저널리즘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특히 솔루션 저널리즘에서 ‘확장성’(scalability)과 ‘복제 가능성’(replicability)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어쩌다 한 번 가능한 일을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 찾은 해법이 다른 지역, 다른 사례에서도 적용되고 확장될 수 있는지에 관심을 쏟는다.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해법을 찾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강의 도중 서울 강남역 침수를 다룬 여러 장의 사진을 화면에 띄웠다. ‘강남이 잠겼다’ ‘해마다 침수도 강남 스타일?’ 등의 제목이었는데, 놀랍게도 2022년이 아니라 2012년 여름의 보도였다. 10년 전 문제가 하나도 해결되지 않고 2022년에 반복된 것이었다. 이 대표는 “재난을 보도하고 기후위기를 다룰 때, 언론은 공포와 불안을 부추길 뿐 문제 해결에 집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거듭된 시행착오 거쳐 더 나은 해법 발견도

언론은 도시의 홍수 문제에 어떤 해법을 보도할 수 있을까. 이 대표는 54만 톤(t)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일본의 지하 빗물 탱크와 중국의 녹지 도시 모델인 ‘스펀지 시티’ 등을 소개했다. 또 미국 루이지애나의 지역 언론사 기자들이 베트남 호찌민시의 건물 옥상마다 설치된 빗물 탱크를 홍수 대응 수단의 하나로 찾아내 보도한 사례도 설명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지역 언론사 'WWNO'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홍수 대비책을 취재해 2015년 1월 21일 보도했다. 이정환 대표 제공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지역 언론사 'WWNO'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홍수 대비책을 취재해 2015년 1월 21일 보도했다. 이정환 대표 제공

언론이 발굴한 해법이 모든 곳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라, 도시마다 각각의 지리환경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그러나 “어디에나 비슷한 문제가 있고 문제의 유형과 해결 방식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영감)가 있다”고 말했다. 솔루션 저널리즘에서는 느리고 더디더라도 실험과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해법을 맞춤형으로 개선해나가는 일련의 과정 모두 보도 가치가 있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킥보드 다음에 자전거를 만들어 보고, 거기에 엔진을 얹어 오토바이를 만들고,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과 닮았습니다. 그 과정은 길고 더딥니다. 중간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죠. 하지만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겁니다. 실패는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고 첫걸음을 떼는 것, 시작이 중요한 겁니다.”

솔루션 저널리스트는 사회활동가가 아니다

이 대표는 솔루션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으로 “언론이 문제 해결 과정에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솔루션 저널리즘은 언론이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앵글을 맞춘 취재, 보도를 하는 것이다. 동시에 언론의 전통적 사명인 감시와 비판, 의제 설정 역할도 충실히 하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강연에 이어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이정환 대표가 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준호 기자
강연에 이어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이정환 대표가 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준호 기자

질의답변 시간에 함민균(26·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생) 씨는 “해결사 저널리즘이나 시민활동가와 솔루션 저널리즘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 대표는 언론이 다룬 특정 사안이 이슈화하면서 언론인이 해결 과정에 개입하는 것을 해결사 저널리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독자의 후원·기부 등을 통해 즉각적인 해결책을 찾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셜록>의 박상규 기자가 쓴 간병살인 청년 연재를 예로 들었다. 아픈 아버지를 혼자 돌보다 아버지의 죽음을 방치한 청년이 존속살인 혐의로 재판받는 과정에서 박 기자는 독자들이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정치권이 정책을 논의하는 등의 여러 과정에 개입했다. 이 대표는 “그것도 가치 있는 활동이지만 개별적 사안의 해결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며 “솔루션 저널리즘은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을 취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누구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하는 보도가 아닙니다. 저널리스트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철저하게 기록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해결책과 방법, 그리고 실패의 과정까지 철저히 보도해 끊임없는 토론과 논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솔루션 저널리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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