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다회용기·장바구니 쓰면 종량제 봉투 제공

지난달 7일 방문한 ‘내토전통시장’은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리저리 시장을 둘러보다가 ‘외갓집 튀김’이라는 분식집 앞에 섰다. 고구마, 오징어, 김말이 등 각종 튀김부터 제천의 대표 음식인 ‘빨간오뎅’까지 다양한 음식이 판매되고 있었다. 가게 옆 기둥에는 ‘일회용기, 플라스틱 제로운동 참여 점포’라는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몇 가지 음식을 주문했다. “포장이세요?”라는 말에 “네”라고 답한 후 가방에서 다회용 용기를 꺼냈다.

“여기에 담아 주시겠어요?”

점원은 음식을 용기에 차곡차곡 담은 후 가게 안으로 들어가더니 쿠폰 하나를 가져와 건넸다. “지구환경 지키기에 용기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10리터짜리 종량제 쓰레기봉투 교환 쿠폰이라고 적혀 있었다. 

제천 내토전통시장 ‘용기내 캠페인’에 사용되는 쿠폰. 10장을 모으면 10리터짜리 종량제 쓰레기봉투 10장으로 교환할 수 있다.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 제공

친환경 시장 합류한 ‘내토전통시장’

충청북도 제천시 중앙로에 있는 ‘내토전통시장’은 지난 8월부터 친환경 시장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3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함께하는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돼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용기내 캠페인’을 진행하면서다. ‘용기내 캠페인’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늘어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환경운동이다. 

지난 2020년 4월,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가 대형마트에서 플라스틱을 없애자는 제안과 함께 ‘#용기내’ 해시태그를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을 사용하기보다는 다회용 용기 사용을 권장한다. 그동안 주로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2021년 서울 망원시장을 시작으로 다른 전통시장도 하나둘씩 참여하고 있다.

검은색 비닐봉지에서 장바구니로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움직임이 전통시장에도 퍼지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검은색 비닐봉지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지난 2019년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은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됐지만, 전통시장과 소규모 점포는 사용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토전통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 엄태석 단장이 내토전통시장에서 ‘용기내 캠페인’을 진행하게 된 이유기도 하다. 

엄 단장은 “전통시장은 일회용 비닐봉지나 스티로폼을 너무 당연한 듯이 사용해 왔다”며 “이런 인식을 좀 바꾸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캠페인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용기내 캠페인은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전통시장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까 고민이 있었다”며 “내토시장에서도 간헐적으로 반찬통을 가져와 김치나 찬거리를 구매하는 분들이 있었는데, 이분들에게 혜택을 드리고, 확산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캠페인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내토전통시장 ‘용기내 캠페인’ 포스터,
내토전통시장 ‘용기내 캠페인’ 포스터.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 제공

상인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내토전통시장에서 ‘우성생선’을 운영하는 이걸재 씨는 “손님들이 장바구니나 용기를 들고 오면 아무래도 큰 비닐을 덜 사용하게 된다”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분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사업단을 찾아 손님들에게 나눠줄 쿠폰 몇 묶음을 새로 받아왔다.

내토전통시장 상인회 김정문 회장은 “전통시장도 이제 환경보호라는 시대적 과제에 부응해야 한다”며 “시장은 기본적으로 검은색 비닐이 많이 사용되는데, 폐기물도 줄이고 가정에서는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받아감으로써 ‘일거양득’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내 거의 모든 점포가 캠페인 참여해

현재 내토전통시장에서 캠페인에 참여하는 점포는 약 55개다. 전체 점포 수가 대략 60개인 점을 고려하면 거의 모든 점포가 참여하는 것이다. 캠페인을 진행한 지 두 달이 조금 넘었지만, 손님들의 참여도도 높다. 내토전통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 이지은 팀장은 “초기에 쿠폰 1만 5천 장을 준비했는데 절반 정도를 소진했다”고 말했다. 사업단에는 빨간색 종량제 쓰레기봉투 10리터 묶음이 상자에 가득했다. 옆에 놓인 ‘종량제 봉투 지급대장’에는 쿠폰을 쓰레기봉투로 교환해간 손님들의 서명이 빼곡하게 차 있었다. 순번은 365번까지 와 있었다.

사업단에 놓여있는 종량제 쓰레기봉투와 지급 대장. 김주원 기자
사업단에 놓여있는 종량제 쓰레기봉투와 지급 대장. 김주원 기자

캠페인에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참여 점포’라는 포스터가 붙은 가게를 방문해 물건을 산 뒤 다회용 용기나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아가면 된다. 가게 한 곳당 쿠폰 하나를 지급한다. 쿠폰 10장을 모으면 10리터 종량제 봉투 10장으로 교환할 수 있다. 이 팀장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두세 분 정도 교환하러 오신다”며 “추석이 있던 주에는 많게는 다섯 분까지 교환해 가셨다”고 했다. 교환은 내토전통시장 내일문화배움터 2층에 있는 사업단에서 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서 시장 중앙에 있는 내토전통시장 고객지원센터에서도 교환해준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점포에는 ‘참여 점포’라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김주원 기자
캠페인에 참여하는 점포에는 ‘참여 점포’라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김주원 기자

‘용기 사용’ 정착이 관건…봉투 소진 때까지 캠페인 진행

이번 캠페인은 준비된 종량제 쓰레기봉투가 모두 소진될 때까지 진행한다. 엄 단장은 “종량제 쓰레기봉투 1만 매를 준비했다”며 “약 1천 회의 교환이 이뤄지면 소기의 홍보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고 점점 소문이 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캠페인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개선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장바구니가 늘어나는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아직 충분히 정착되지는 않은 것 같다”며 “몇몇 상인들은 매출이 많은 고객에게 사은품처럼 10장 뭉치를 건네는 경우가 있어 주의를 주고 회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모범적인 점포를 육성하고, 상인들이 포장에 쓰이는 플라스틱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도 과제로 남아 있다”며 “과도한 포장이 필요한 택배보다 장바구니를 들고 가까운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지역 상권도 살리고 환경도 살리는 길이라는 걸 더 많이 알리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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