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시사맥(脈)] 중대재해처벌법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 앞에서 여성노동단체 관계자 등이 SPL평택공장 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추모 기자회견을 마친 뒤 SPC그룹을 규탄하며 계열사 로고를 찢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 앞에서 여성노동단체 관계자 등이 SPL평택공장 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추모 기자회견을 마친 뒤 SPC그룹을 규탄하며 계열사 로고를 찢고 있다. 연합뉴스

피 묻은 빵.

지난달 15일, 한 제빵공장에서 노동자가 숨진 뒤 등장한 문구입니다. 식품전문업체 SPC의 계열사인 경기도 평택시 SPL 제빵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를 배합하는 장치인 교반기에 몸이 끼어 숨졌습니다. 사고가 난 이유는 교반기에 끼임이 감지되면 작업을 멈추는 안전장치가 부착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는 SPL 대표이사를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또 SPC 계열사인 파리바게뜨, 삼립, 배스킨라빈스 등에서 생산한 제품의 불매운동도 전국적으로 확산했죠.

최근 산업 현장에서 사고가 날 때마다 많이 거론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한번 알아볼까요? 이 법의 정확한 이름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입니다. 사업장이나 공중이용시설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책임자의 형사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지난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부터 시행됐습니다.

중대산업재해의 정의. 그래픽 이현이
중대산업재해의 정의. 그래픽 이현이

이 법에서 말하는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됩니다. 이 가운데 중대산업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하나의 사고로 중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또 같은 유해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안에 3명 이상 발생하는 걸 말합니다. 사업주나 경영자가 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이런 중대산업재해가 나면 이 법이 적용됩니다. 이번 제빵공장 사고의 경우, 고용노동부는 SPL 사측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소홀히 한 점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유로 보고 있는 것이죠.

이 법은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재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중대시민재해’가 일어난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이나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설치, 관리상 결함 등으로 인해 발생한 재해를 말합니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했던 세월호 참사는 공중교통수단에서 사고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합니다.

중대시민재해의 정의. 그래픽 이현이
중대시민재해의 정의. 그래픽 이현이

그렇다면 지난달 29일, 서울 이태원 일대에서 발생한 ‘핼러윈 참사’도 중대시민재해로 볼 수 있을지가 논란입니다. 지난 11일까지 시민 157명이 숨졌고, 중상자를 포함한 부상자는 197명에 이릅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우세합니다. 참사가 발생한 장소는 이태원의 해밀톤 호텔 근처 ‘일반도로’인데,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정하는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는 중대시민재해가 시설 위주로 규정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고 관련자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하기는 힘들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종합적으로 대책을 세우려면 중대재해처벌법을 다른 법률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죠. 반면 이 법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 시민재해가 반복해 일어나면서 법을 더 실효성 있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8건이 계류돼 있는 상황입니다. 참사를 막기 위해 우리는 어떤 대책을 더 마련해야 할까요? 이 주의 시사맥(脈), 중대재해처벌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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