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2022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컨퍼런스

“단비뉴스 구성원들은 우리 시대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가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환경과 경제, 민생의 위기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물과 현장, 데이터를 통해 정확하고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25일 서울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2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컨퍼런스’에서 <단비뉴스> 이주연 편집국장(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생)은 ‘단비뉴스가 기후위기 보도에 진심인 이유’ 발표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행사는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대표 권혜진)와 건국대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센터(센터장 황용석),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표완수)이 ‘기후위기와 저널리즘’을 주제로 공동 주최했다.

현장·인물·데이터로 파고드는 단비뉴스의 기후 심층보도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컨퍼런스에서 이주연 단비뉴스 편집국장이 ‘단비뉴스가 기후위기 보도에 진심인 이유’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안재훈 기자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컨퍼런스에서 이주연 단비뉴스 편집국장이 ‘단비뉴스가 기후위기 보도에 진심인 이유’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안재훈 기자

이 국장은 국내 대다수 언론이 기후 문제에 큰 관심을 쏟지 않았던 10년 전에 <단비뉴스>는 환경부를 만들어 ‘청정에너지 현장을 가다’(2014), ‘원전재앙은 막자’(2015) 등 심층보도를 이어왔다고 소개했다. 특히 2017년부터 1년 반가량 보도된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시리즈는 정보공개청구를 활용한 데이터 기반 보도와 현장성을 평가받아 2018년 민주언론시민연합 ‘올해의 좋은보도상’과 데이터저널리즘어워드 ‘올해의 영 데이터저널리스트상’을 받았다. 이 시리즈는 <마지막 비상구>로 출판돼 (사)환경정의가 뽑는 ‘올해의 환경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단비뉴스>는 지난해 4월부터 ‘기후위기시대’ 시리즈를 통해 기후재난의 현주소를 짚고 대안을 제시하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국장은 이 연재물 중 석탄 관련 기업·노동자·주거빈민의 현실을 다룬 ‘연탄의 정의로운 전환’편에서 데이터 수집과 분석, 시각화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설명했다. 그는 “데이터 저널리즘에 반드시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데이터로 사례를 뒷받침하겠다는 노력, 그리고 시각화로 독자에게 더 잘 전달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과정이 저널리즘으로 향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예측연구팀장은 ‘데이터로 보여주는 기후위기’ 발표에서 “현재 지구 평균기온은 이미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1.1도가 올랐으며 앞으로 5년 동안의 어느 한 해는 분명히 1.5도가 더 올라가는 해들이 생길 확률이 절반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폭염이나 홍수는 자연 상태에서도 일어나지만, 인간의 활동이 그것을 얼마나 더 증가시킬 수 있는가를 데이터가 보여주고 있다”며 “중요한 점은 우리가 탄소감축을 빠르게 할수록 기후변화가 안정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 역시 데이터가 보여준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후위기가 인간활동 탓이라는 점은 ‘99% 확실’

김형준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기후위기와 지구메타버스 기술’ 발표에서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는 1990년부터 지금까지 기후변화 보고서를 6편 발간했는데, 이제 기후위기의 원인이 (화석연료 사용 등) 인간 활동이라는 것에 관해 ‘명백하다’는 말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가 인간 활동 탓이라는 것은 99% 정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인간 활동이 기후 시스템의 온난화를 비롯해 대기·해양·생물권에 빠르고 광범위한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은 기록과 데이터가 말해준다”고 덧붙였다.

유병혁 국립공원공단 사회가치혁신실 과장은 ‘위성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기후위기 분석 접근방법’ 발표에서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이 공개하는 위성 영상을 데이터로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공공에 개방된 방대한 위성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면 기후위기 보도에 활용할 수 있다”며 ‘센티널’ ‘랜드샛’ ‘모디스’ 등의 위성 데이터를 분석하면 설악산 대청봉의 1988년과 2017년 적설량 비교 등 과학적인 분석 기사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기상청 홈페이지의 기상자료개발 포털에서도 기후변화 시나리오 관련 공간데이터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대표로서 발표하는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예측연구팀장, 김형준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유병혁 국립공원공단 사회가치혁신실 과장. 안재훈 기자
전문가 대표로서 발표하는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예측연구팀장, 김형준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유병혁 국립공원공단 사회가치혁신실 과장. 안재훈 기자

뉴스의 가독성과 흡인력을 높이는 기술도 발전 중

2부 ‘데이터저널리즘의 기술과 방법론’ 순서에서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는 ‘뉴스 데이터 분석을 통한 양질의 스토리텔링 방법’에 관해 발표했다. 강 대표는 “시민의 의문에 답하는 형식의 저널리즘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통계적 지식과 컴퓨터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의문에 관한 답을 내리기 위해 적절한 데이터를 선택하고 분석 방법을 찾는 것이 좋은 스토리텔링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김조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지금까지 이런 데이터는 없었다: 전국 기초의원 의정감시 데이터 구축 대작전’ 발표에서 언론사와 협업을 통해 기초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공개한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지방의회 의원들은 비교적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후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모니터링 과정에서 한국일보 윤현종 기자, 오마이뉴스 유성애 기자와 협업해 의원들의 겸직 신고 및 소득신고와 관련한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민기 슬리버 대표는 '모든 뉴스를 인터랙티브하게' 발표를 통해 독자의 문해력과 어휘력이 낮아지는 추세에 대비되는 뉴스의 난이도와, 숏폼(짧은 영상) 트렌드에 맞지 않는 긴 뉴스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완결성을 갖춘 하나의 문단을 숏폼 콘텐츠로 보고, 문단별로 구분해서 콘텐츠 형식의 차이를 만드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기사를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를 바로 검색하고 관련 댓글을 바로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을 통해 기사의 가독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컨퍼런스 2부 ‘데이터 저널리즘의 기술과 방법론’ 순서에서 발표하는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 김민기 슬리버 대표, 김조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활동가. 박정은 기자
​컨퍼런스 2부 ‘데이터 저널리즘의 기술과 방법론’ 순서에서 발표하는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 김민기 슬리버 대표, 김조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활동가. 박정은 기자

언론보도에서 잘 안 보였던 ‘진보’를 잡아내다

3부 '데이터 저널리즘 보도사례'에서 KBS 안동총국의 박진영 기자는 많은 언론상을 받은 'GPS와 리어카' 보도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KBS 드라마) ‘사랑과 전쟁'을 보고 GPS(위치추적기)를 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구축한 데이터를 활용해 노인이 폐지를 줍는 일의 시급을 계산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거쳐 'GPS와 리어카'를 효과적으로 보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형국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기자는 ‘낯설지 않은 데이터저널리즘’ 발표에서 ‘헤드라인 속의 ㅇㅇ녀’ 보도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이준범 자연어처리 개발자와 협력해 여성과 비여성 헤드라인을 구분해내는 인공지능 모델을 만든 뒤 ‘육감’ ‘베이글녀’와 같은 여성 신체를 묘사할 때 쓰는 단어의 수가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조 기자는 ‘퇴보는 기억에 남지만 진보는 눈에 잘 띄지 않는데 그걸 가시화하는 좋은 기사인 것 같다’는 독자의 피드백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박다해 <한겨레21> 기자는 '페미사이드 500건의 기록‘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반복되는 여성 살해에는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판례를 분석했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재판부의 특징, 범죄 유형 등을 지표로 통계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페미사이드란 특정 개인 남성이 갑자기 열받아서 여성 한 명을 죽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요인들에 의한 결과라는 것을 정확히 명명하고 유형화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고 말했다.

‘암수범죄, 아동학대를 부검하다’를 보도한 KBS 창원 차주하 기자는 "해마다 발표되는 아동학대 주요 통계 수치가 아니라 형사 판결문에 드러난 사건의 실체와 학대의 경향성, 사회 인식을 전반적으로 살펴보자는 마음에서 취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취재팀은 형사판례를 1406건 분석한 뒤, 학대 행위의 실태를 최대한 많은 이들이 직시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판결의 세부적 내용과 수집한 데이터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데이터 저널리즘 사례를 발표하는 KBS 안동총국의 박진영 기자, 조형국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기자, KBS 창원 차주하 기자, 박다해 한겨레21 기자. 박정은 기자​​
​​데이터 저널리즘 사례를 발표하는 KBS 안동총국의 박진영 기자, 조형국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기자, KBS 창원 차주하 기자, 박다해 한겨레21 기자. 박정은 기자​​

팀원끼리, 매체끼리, 협업 중요한 데이터 저널리즘

‘올해의 주목할 만한 데이터저널리스트’로 뽑힌 <뉴스타파> 데이터팀 최윤원 팀장은 2018년 ‘국회 입법 및 정책 결과비 분석’부터 2022년 ‘대선 후보자 검증’ ‘정부 초대 내각 인사 검증’ ‘한동훈 장관의 자녀 논문 관련 보도’까지 4년 동안의 성과를 소개했다. 최 팀장은 한 장관 자녀의 논문 보도와 관련해 “허위 스펙 네트워크라고 명명하고 공동 저자들의 관계를 분석했다”며 “데이터 조작까지 이루어졌기 때문에 완전히 허위임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최윤원 팀장이 '뉴스타파'의 데이터 저널리즘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박정은 기자​
​최윤원 팀장이 '뉴스타파'의 데이터 저널리즘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박정은 기자​

최 팀장은 <뉴스타파>의 지난 4년 보도가 팀원들, 다른 취재기자들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훌륭한 데이터 저널리스트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데이터 저널리즘 ‘팀’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언론사와 협업을 목적으로 진행하는 공직자 재산 공개 사이트 업데이트를 소개하며 “혼자 할 수 있는 일의 양을 넘어섰다고 판단해 협업과 정보 공유를 중시하여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데이터저널리즘어워드 시상식이 진행됐다. 올해 수상작은 ▲데이터 기반 탐사보도상에 ‘암수범죄, 아동학대를 부검하다’ (KBS 창원과 시사기획창,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스튜디오벨크로), 페미사이드 500건의 기록(한겨레21 엄지원, 박다해, 고한솔, 이정규) ▲데이터저널리즘 혁신상에 ‘헤드라인 속의 ‘OO녀’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오픈 데이터상에 ‘내가 뽑은 의원님도 수상한 투잡중?’ (한국일보 사회부 탐사팀), ‘지금까지 이런 데이터는 없었다: 전국 기초의원 의정감시 데이터 구축 대작전!’ (정보공개센터 시민참여단) ▲ 올해의 주목할만한 데이터저널리스트상에 뉴스타파 최윤원 ▲ 올해의 영 저널리스트상에 ‘환경미화원의 가슴에 만보기가 달린 이유’(동아리 서퍼팀) 등이 선정됐다.

제5회 데이터저널리즘어워드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조성우 기자
제5회 데이터저널리즘어워드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조성우 기자

시상식 축사를 맡은 유영석 구글코리아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이제 데이터 저널리즘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데이터로 이 시대의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접근해야 하는지 솔루션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저널리스트들이 있다면 사회는 분명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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