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①리뷰 조작의 실체

많은 사람이 상품을 구매하기 전 ‘상품 리뷰’를 찾아 읽는다. 상품 광고를 온전히 믿을 수 없으니 실제로 구매·사용한 이들의 평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다 낭패를 본 사람도 많다. 칭찬이 가득한 ‘상품 리뷰’ 또는 ‘사용 후기’를 읽고 구매했는데, 제품이나 서비스의 실체가 너무 다른 것이다. 그런 일을 겪으면, 호의적 리뷰의 대가로 금전이 오간 게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지난 6월, 그 실체의 일부가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생활용품업체 ‘오아’에 과징금 1억4000만원을 부과했다. 이 업체가 직원을 고용해 수천 건의 가짜 리뷰를 남기는 수법으로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공정거래위 조사 결과, 이 업체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G마켓 등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청소기, 전동칫솔, 가습기 등의 리뷰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계기로 리뷰 조작은 사라졌을까?

이 취재는 그 물음에서 시작했다. 리뷰를 적어 돈을 버는 이들을 찾아 취재하려 했으나, 신상 정보의 노출을 꺼린 이들이 취재를 거부했다. 게다가 이들의 증언만 취재해서는 리뷰 조작의 생생한 실태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에 10월 10일부터 11월 9일까지 한 달 동안, 두 명의 <단비뉴스> 기자가 사용 후기 조작, 즉 ‘가짜 리뷰’의 실상을 직접 취재했다. 가짜 리뷰 아르바이트 구하는 경로를 파악하고, 주된 통로인 온라인 채팅방에 잠입해 모두 23건의 가짜 리뷰 작성에 참여했다.

취재한 내용은 3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1편과 2편에서는 가짜 리뷰의 구조를 생생하게 담는다. 가짜 리뷰를 작성한 23건의 경험과 취재를 토대로 리뷰 조작의 세계를 다룰 것이다. 3편에서는 리뷰 조작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에도 별다른 제재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알아본다. 관련 법령과 제도를 분석하는 한편, 가짜 리뷰로 수익을 올리는 판매자, 가짜 리뷰어를 모집하는 중개자, 이를 게재하고 있는 플랫폼, 그리고 관리·감독의 책임을 진 당국의 사정과 입장을 담는다.

수많은 사용 후기 가운데 ‘거짓’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하는 호기심에서 취재를 시작했다. 거짓으로 지어낸 가짜 리뷰는 사실상 모든 시장에 만연해 있었다. 그 방법은 매우 다양했고, 효과 또한 광범위했다. (편집자주)


가짜 리뷰 모집하는 하루 1만 건의 알림

호의적인 리뷰를 달아 돈을 벌 수 있을까. 구글 검색창에 ‘리뷰 알바’를 검색해봤다. 그러자 리뷰 아르바이트를 소개하는 온라인 사이트와 플랫폼이 여러 곳 나왔다. 일일이 들어가 확인했더니, 판매자들끼리 마케팅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가 대부분이었다. 리뷰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는 글이 각 사이트 게시판에 가끔 올라왔지만, 한 달에 한 건 정도에 불과했다. 이런 사이트에서 ‘리뷰 알바’를 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리뷰 아르바이트를 구할 다른 방법은 없을까. 요즘 사람들이 정보 공유를 위해 흔히 사용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떠올렸다. 카카오톡 이용자라면 누구나 쉽게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접근할 수 있다. 익명으로 대화가 가능하므로 자신의 신상도 숨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사기나 성범죄의 통로로 악용되는 경우도 있다. 리뷰 아르바이트 역시 오픈 채팅방에서 모집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지난 10월 10일 오후 8시 40분께 카카오톡 오픈 채팅창에 ‘리뷰 알바’, ‘댓글 알바’를 검색했다. 그러자 관련된 채팅방이 270곳 정도 등장했다. 채팅방 이름은 다양했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오픈 채팅방을 개설한 목적을 분명히 알리고 있었다. ‘댓글/리뷰작성 알바 모집’ '리뷰 부업' '리뷰어와 판매자 공생의 방’ ‘네이버 쿠팡 리뷰어 모집방’ 등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각 채팅방에 입장한 인원은 최소 1명에서 최대 1500명에 이르렀다. 입장 인원이 1000명 넘는 리뷰 알바 채팅방만 19곳이었다. 각 채팅방의 개설 시기를 알아봤다. 가장 오래된 곳은 2016년 11월이었다. 가장 최근에 생긴 곳은 올해 11월 25일이었다.

적어도 지난 6년 동안, ‘가짜 리뷰’를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산업이 유지됐던 것이다. 이 산업은 여전히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리뷰 알바를 알선하는 270여 개의 오픈 채팅방 가운데 적어도 14곳은 올해 11월에 개설된 곳이었다. 수시로 새로운 채팅방이 생겨나고 있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채팅방을 운영하는 방식은 비슷했다. 채팅방을 입장하는 데 아무 장벽이 없었다. 실명을 밝히지 않은 채 익명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일단 입장하면, 리뷰 아르바이트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이 계속 올라왔다.

오픈 채팅창에 ‘리뷰 알바’, ‘댓글 알바’라고 검색하면 관련된 채팅방이 270곳 넘게 등장한다. 2016년 11월 개설된 곳부터 올해 11월 개설된 곳까지 계속해서 새로 생기고 있다. 1000명이 넘게 참여 중인 리뷰 알바 채팅방만 19곳이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창 목록 갈무리
오픈 채팅창에 ‘리뷰 알바’, ‘댓글 알바’라고 검색하면 관련된 채팅방이 270곳 넘게 등장한다. 2016년 11월 개설된 곳부터 올해 11월 개설된 곳까지 계속해서 새로 생기고 있다. 1000명이 넘게 참여 중인 리뷰 알바 채팅방만 19곳이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창 목록 갈무리

이 가운데 1500명 가까이 들어가 있는 채팅방에 입장해 봤다. 채팅방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을 기준으로 오픈채팅 참여자를 구분할 수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이들은 ‘리뷰어 냥x’, ‘리뷰어 지x’ 등의 닉네임을 갖고 있었다. 대략 160여 명이었다. 그들에게 가짜 리뷰를 소개하는 이들은 ‘판매자’를 닉네임 앞에 붙였다. ‘판매자 박실장’, ‘판매자 케빈’ 등이었다. 이런 부류의 닉네임을 붙인 이는 대략 270여 명이었다. 나머지 1천여 명은 ‘건배하는 프로도’, ‘루돌프’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닉네임을 갖고 있었다.

채팅방에 글을 올리는 이는 주로 ‘판매자’였다. ‘판매자 무x’가 “쿠팡 구매 리뷰어 모집, 빈박스 작업”이라는 글을 올렸다. 1분 후 ‘판매자 동x’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리뷰, 다계정 가능, 비용 1000원, 지금 바로 가능하신 분!”이라고 올렸다.

이런 모집 글이 쉴새 없이 채팅방에 떴다. 이 채팅방에 들어간 10월 10일 오후 9시부터 10시까지 1시간 동안, 35건의 모집 글이 올라왔다. 나중에 계산해 보니, 이 채팅방에 24시간 동안 올라오는 모집 글은 평균 500건 정도였다. 이를 기준으로 참여자 숫자에 따른 가짜 리뷰 오픈 채팅방의 모집 글을 추산해보면, 적어도 270개 채팅방에 하루 평균 1만 건 이상의 리뷰 아르바이트 모집 글이 올라오는 것으로 짐작된다.

각 모집 글은 가짜 리뷰의 방식을 간략히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어떤 상품의 리뷰를 어느 플랫폼에 올려야 하는지, 그에 따른 보상은 얼마인지 등을 간단히 적어 채팅방에 올렸다. 그보다 자세한 내용은 ‘판매자’와 직접 일대일 채팅을 통해 알 수 있었는데, 모집 글에는 ‘일대일 채팅방 링크’도 함께 소개돼 있었다.

오픈 채팅방에 있는 ‘리뷰어’는 아무 글도 올리지 않았다. 판매자들이 올린 모집 글을 살펴보다가, 참여하고 싶은 아르바이트가 있으면 모집 글에 있는 채팅방 링크를 눌러 판매자와 직접 대화하는 방식이었다.

2021년 3월 개설된 어느 오픈 채팅방은 1500명 가까이 참여하고 있었다. 채팅방 제목을 ‘리뷰알바, 댓글알바,  리뷰어, 판매자방’이라고 지어 채팅의 목적을 분명히 밝혔다. 여기서 가짜 리뷰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는 이들은 닉네임에 ‘리뷰어’라는 머리말을 붙였다. 반면 아르바이트를 소개하는 이들은 닉네임에 ‘판매자’라는 머리말을 붙였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갈무리
2021년 3월 개설된 어느 오픈 채팅방은 1500명 가까이 참여하고 있었다. 채팅방 제목을 ‘리뷰알바, 댓글알바, 리뷰어, 판매자방’이라고 지어 채팅의 목적을 분명히 밝혔다. 여기서 가짜 리뷰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는 이들은 닉네임에 ‘리뷰어’라는 머리말을 붙였다. 반면 아르바이트를 소개하는 이들은 닉네임에 ‘판매자’라는 머리말을 붙였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갈무리

뚜껑 열어보지도 않고 적은 리뷰, “레몬향이 납니다”

지난 10월 19일 오후 2시 30분께 어느 오픈 채팅방에서 알바를 구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11번가 가구매 진행 리뷰어 모집★ 진행제품: 강아지 샴푸(×××××원), 리뷰비용 1000원, 빈박스 배송, 신청: 카카오톡 bxxx1xxx로 연락주세요."

판매자가 공지한 대로 카카오톡 친구 추가에서 ‘ID로 추가’를 눌러 ‘bxxx1xxx’을 검색했다. 그러자 ‘x훈’이라는 이름이 뜨면서 ‘친구 추가’라는 글자가 떴다. 친구 추가를 누르니 ‘1:1 채팅’으로 글자가 바뀌었고, 글자를 눌러 일대일 채팅방에 입장했다.

1500명이 모인 리뷰알바 채팅방에 분 단위로 리뷰어를 모집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시간에 올라오는 글은 35건, 하루 평균 500건이 올라왔다. 모집글에는 어떤 제품의 리뷰를 어느 플랫폼에 올려야 할지, 리뷰비는 얼마인지가 적혀있고, 판매자와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채팅방 링크가 걸려있다. 링크를 누르면 ‘일대일 채팅 참여하기’로 넘어간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갈무리
1500명이 모인 리뷰알바 채팅방에 분 단위로 리뷰어를 모집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시간에 올라오는 글은 35건, 하루 평균 500건이 올라왔다. 모집글에는 어떤 제품의 리뷰를 어느 플랫폼에 올려야 할지, 리뷰비는 얼마인지가 적혀있고, 판매자와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채팅방 링크가 걸려있다. 링크를 누르면 ‘일대일 채팅 참여하기’로 넘어간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갈무리

입장 직후, “안녕하세요, 11번가 리뷰어 모집글 보고 연락드렸습니다”라고 적었다. 1분도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x훈’이라는 닉네임의 판매자였다.

가이드보시고 바로 주문부탁드립니다!!
1. xxxx 애견 탈취샴푸
2. 링크: xxxx (※11번가의 해당 상품 웹주소)
3. 가격 xxxxx원, 1개 구매, 배송메세지 ’별‘ 작성해주세요!!
4. 결제내역 캡쳐해서 담당자에게 개인톡으로 전송
-> 주문번호, 성함, 연락처가 보이게 캡쳐!!
-> 구매내역 캡쳐본, 페이백 받을 은행, 예금주명, 계좌번호 함께 전달
*월에 리뷰비 6,000원 이상 받을시 지출증빙 자료를 위한 통장사본과 주민등록증 담당자에게 전달* *월에 리뷰비 30,000원 이상 받을시 원천징수 3.3%제외*.

‘x훈’이 적은 글은 처음에는 암호처럼 보였다. 찬찬히 다시 읽었다. 우선, ‘가이드’에 안내한 대로 빨리 리뷰를 작성하라는 요구였다. 사용 후기를 작성해야 할 제품은 ‘애견 탈취샴푸’였다.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에서 xxxxx원을 주고 1개를 구매하면 되는데, 이름, 연락처, 은행 등의 정보를 전달해주면 상품 구매액만큼 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배송 메시지를 적는 칸에 ‘별’ 표시를 해달라고 했다. 이런 표시가 왜 필요한 것인지는 나중에 알게 됐다.

애견 탈취샴푸의 가짜 리뷰를 써달라는 판매자와 채팅방에서 일대일로 대화를 나눴다. 판매자는 리뷰할 대상을 알려주고, 어떤 순서로 진행해야 하는지 안내했다.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인터넷 쇼핑몰의 홈페이지 주소를 첨부해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갈무리
애견 탈취샴푸의 가짜 리뷰를 써달라는 판매자와 채팅방에서 일대일로 대화를 나눴다. 판매자는 리뷰할 대상을 알려주고, 어떤 순서로 진행해야 하는지 안내했다.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인터넷 쇼핑몰의 홈페이지 주소를 첨부해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갈무리

“페이백은 언제 되나요?”라고 물었다. “리뷰비는 입금 당일날 보내드리고 페이백은 리뷰 작성하신 주에 주말 안으로 보내드리고 있어요”라는 답변이 왔다. 리뷰비는 애견 탈취샴푸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면 받는 돈을 말한다. 리뷰비 1000원을 먼저 주고, 애견 탈취샴푸를 구매한 돈은 리뷰를 작성해야 돌려준다는 뜻이었다.

알겠다고 답하고 곧바로 11번가에 들어갔다. 상품을 구매한 후 주문번호와 이름, 연락처가 보이게 결제내역을 캡처했다. 다시 일대일 채팅방에 들어가서, 캡처한 사진을 판매자에게 전달했다. 리뷰비와 상품비를 돌려받을 계좌번호와 은행, 예금주명도 보냈다. 그러자 판매자는 ‘리뷰 내용’을 상세하게 안내하는 가이드라인을 보냈다. 첫 안내문보다 훨씬 길었다.

<가이드라인>
-샴푸를 사용하면서 점점 강아지 냄새가 사라졌다는 내용 꼭 작성해주세요★
-제품의 원료가 식물성분기반의 샴푸라는 점을 강조해주세요
-미국내 탈취제제품 전문회사인 xxx사에서 만든 탈취샴푸라는 점 강조, 눅눅한 냄새, 악취냄새, 심지어 스컹크 냄새까지 없애주는 샴푸
-제품 사용시 강점 강조, 코코넛의 세정력과 레몬그래스오일의 컨디셔닝으로 반려동물의 털이 풍성해지고, 윤기있어 진다는 점
-향이 좋은 샴푸라는 점을 강조해주세요. 산뜻한 레몬향이 나는 샴푸로 반려동물들도 좋아하는 샴푸라고 설명해주세요
★배송완료 후 3-4일 이후에 리뷰 작성 후 전달
★리뷰 캡쳐본 전달
★리뷰비: 리뷰보내주시는 당일(xx컴퍼니), 페이백: 리뷰보내주시는 주 주말내로 (xx컴퍼니).

애견샴푸를 이용한 덕분에 강아지 냄새가 사라지고 털이 풍성해졌다는 문장을 리뷰에 꼭 적어달라는 이야기였다. 리뷰를 적을 날짜도 지정했는데, 제품을 배송 받고 사나흘 뒤에 적으라고 했다.

상품을 주문한 바로 다음날 택배로 봉투가 왔다. 봉투 겉면에는 판매처와 상품명이 적혀 있었지만, 봉투 안에 샴푸는 없었다. 대신 포장용 플라스틱 판이 들어 있었다. 상품을 주문했지만, 상품이 없는 빈 봉투가 배송된 것이다.

애견 탈취샴푸를 주문했지만, 포장용 플라스틱 판만 들어있는 빈 봉투가 배송됐다. 가짜 리뷰를 위한 거짓 배송 과정에서 판매자는 이렇게 빈 박스나 빈 봉투를 보내거나, 그 안에 스티로폼, 플라스틱 조각 등을 넣어 보낸다. 김신영 기자
애견 탈취샴푸를 주문했지만, 포장용 플라스틱 판만 들어있는 빈 봉투가 배송됐다. 가짜 리뷰를 위한 거짓 배송 과정에서 판매자는 이렇게 빈 박스나 빈 봉투를 보내거나, 그 안에 스티로폼, 플라스틱 조각 등을 넣어 보낸다. 김신영 기자

봉투를 받고 3일이 지난 후 리뷰를 작성하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에 들어갔다. 리뷰를 작성하기로 한 제품을 검색하여 찾았다. 제품을 소개한 내용 아래에 상품 리뷰란이 있었다. 이미 42개의 리뷰가 적혀 있었다. 읽어보니 익숙한 문구가 눈에 띄었다.

올해 2월 작성된 리뷰는 이랬다. “코코넛의 세정력과 레몬 그래스오일의 컨디셔닝으로 우리 애기 털도 풍성해지고 윤기도 좋아졌습니다. 무엇보다 산뜻한 레몬향이 좋은 샴푸라 마음에 들어요.” 올해 3월 작성된 리뷰도 비슷했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점점 냄새가 사라지더라구요!! 식물성분이 들어간 제품이라고 해서 더 안심이 됐어요ㅎㅎ.” 다른 리뷰에서도 ‘식물성기반’ ‘산뜻한 레몬향’ ‘미국 내 탈취제제품 전문회사’ 등이 적혀 있었다. 모두 판매자가 제시한 문구들이었다.

인터넷 쇼핌몰의 ‘상품리뷰’에 등록되어 있는 애견 탈취샴푸 리뷰다. 각각 다른 날짜에 적혔지만, ‘식물성기반’, ‘산뜻한 레몬향’, ‘미국내 탈취제제품 전문회사’ 등 판매자가 안내한 가이드라인의 표현이 그대로 적혀 있다. 인터넷 쇼핑몰 리뷰 갈무리
인터넷 쇼핌몰의 ‘상품리뷰’에 등록되어 있는 애견 탈취샴푸 리뷰다. 각각 다른 날짜에 적혔지만, ‘식물성기반’, ‘산뜻한 레몬향’, ‘미국내 탈취제제품 전문회사’ 등 판매자가 안내한 가이드라인의 표현이 그대로 적혀 있다. 인터넷 쇼핑몰 리뷰 갈무리

42명의 리뷰어 모두 이 제품에 5개의 별점을 준 것도 눈에 들어왔다. 나도 다른 리뷰어와 마찬가지로 별점 5점을 눌렀다. 그리고 가이드라인에 적힌 문장을 생각하며 리뷰를 적었다.

“샴푸 쓰고나서 강아지 냄새가 점점 안 나서 마음에 듭니다. 레몬향이 나서 반려동물도 좋아하네요. 코코넛의 세정력과 레몬 그래스오일이 들어가 있어서 반려동물 털이 풍성해지고 윤기있어집니다. 찾아보니 미국 내 탈취제제품 전문회사인 xxx사에서 만든 탈취샴푸여서 악취를 잘 잡아주는 거 같아요. 제품 원료가 식물성분기반인 점도 좋습니다. 반려동물 샴푸로 추천합니다.”

리뷰 화면을 캡처한 후 일대일 채팅방에 올렸다. 사흘 뒤 ‘xx컴퍼니’라는 이름으로 돈이 입금됐다. 상품비에 리뷰비 1,000원을 더한 금액이었다.

판매자가 애견 탈취샴푸에 대한 리뷰 가이드라인을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리뷰어는 가이드라인을 반영해 리뷰를 작성한다. 카카오톡 일대일 채팅방 갈무리
판매자가 애견 탈취샴푸에 대한 리뷰 가이드라인을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리뷰어는 가이드라인을 반영해 리뷰를 작성한다. 카카오톡 일대일 채팅방 갈무리

이런 식으로 애견 탈취 샴푸를 비롯해 에스프레소 컵, 탈모 방지 샴푸, 칫솔, 양말, 영양제 등 7개의 상품에 가짜 리뷰를 남겼다. 제품의 가격은 4900원부터 4만 원까지 각각 달랐지만, 리뷰를 작성해서 받는 돈은 모두 1000원이었다. 제품의 리뷰를 남긴 곳은 네이버 스토어, 쿠팡, 지마켓, 11번가, 티몬 등 거의 모든 인터넷 쇼핑몰을 망라했다.

가짜 리뷰의 대상과 플랫폼은 다양했지만, 수법은 비슷했다. 판매자가 올린 ‘가이드라인’에서 구매 링크에 들어가 상품을 결제하면 빈 박스가 집으로 배송됐고, 그 배송일로부터 며칠 뒤에 리뷰를 작성했다. 판매자들이 ‘배송 메시지에 별표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빈 박스 배송’을 위한 일종의 암호였다. 가짜 리뷰를 작성하려고 거짓 주문하는 것이니 상품을 담을 필요 없다고 제조업체 또는 유통업체에 알리는 것이다.

판매자가 준 사진으로 가본 척, 먹은 척

일반 제조품 판매자가 아닌 숙박업체도 가짜 리뷰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었다. 지난 10월 20일 오후 4시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판매자 오00’가 글을 올렸다.

안녕하세요~!!!
xxxx펍 리뷰,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숙박) 리뷰어 모집,
건당 ₩1500, 입금필요x, 다음날 오후 2시 이후 리뷰작성 후 바로 지급.
리뷰 작성 후 캡쳐본과 계좌번호 보내주시면 바로 입금해드리겠습니다.
**예약진행후 캡쳐후 사진부탁드립니다!
**아이디가 여러개 이신분은 예약자명을 다르게 해주세요. 별 5개 및 정성가득한 리뷰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가이드라인♥
<한번에 많은 분들이 쓰다보니 겹치는 내용이 많아 길지 않더라도 개성있게 부탁드려요!>
친절, 인테리어 고급, 재방문 함(또는 다시 오고 싶다),
부산역과 가깝고 교통편리, 지인의 소개,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가봤다 비교,
청결, 금액대비 가성비, 1층에 분위기 좋은 술집(코젤 맥주, 맥주안주 즐겼다), 방역
**아이디 여러개 하시는 분은 몇 개하는지 미리 말씀 후 예약 시 성함을 꼭 다르게 해주세요** ***베스트리뷰어 선정 후 1분에게는 추가 1000원을 지급예정입니다***.

리뷰비가 1500원이라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숙박비를 결제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었다. 일대일 채팅방에 입장했다. “안녕하세요, 리뷰 쓰고 싶어서 연락드립니다”라고 적었더니, 곧 가이드라인이 올라왔다. 판매자는 ‘네이버 플레이스’에 등록된 어느 게스트하우스 주소를 줬다.

위 링크창을 통해 접속 후 (중략) 객실을 랜덤으로 골라주시면 됩니다!
객실 선택 후 오늘날짜 체크인 내일 체크아웃으로 예약해주시면 됩니다.
결제는 필요없으며 예약신청과 동시에 확정됩니다.
내일 2시 이후로 리뷰작성해주시면 됩니다.
리뷰 작성 후 캡쳐본과 계좌번호 보내주시면 바로 입금해드리겠습니다.

숙박비를 지불하지 않고 예약만 한 상태에서 리뷰를 작성하면 된다는 내용이었다. 게스트하우스는 부산에 있었다. 판매자에게 예약 내역을 캡처해서 보냈다. 잠시 뒤, 판매자는 채팅방에 글이 아닌 사진을 보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판매하는 피자와 사장이 직접 기른다는 강아지를 각각 찍은 사진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강아지) ×이는 평소에 없는데 매니저님이 청소 때 잠깐 데리고 온다고 ㅋㅋㅋ
타이밍 좋게 저도 체크인때 봤는데 ×이랑 ×이 너무 귀여워요ㅠㅠ
파티 때 제 최애안주 피자 존맛!!
이런 내용도 좀 넣어주세용.

다음날 그의 요청대로 사진을 첨부해 게스트하우스 리뷰를 적었다. 간 적 없는 곳에 본 적 없는 강아지가 있고 먹은 적 없는 피자가 맛있다는 내용이었다.

“지인 소개로 왔는데 너무 재밌게 잘 놀다가요~타이밍 좋게 ×이랑 ×이도 봤어요! 평소에는 없는데 매니저님이 청소 때만 잠깐 데리고 온다고 하더라고요ㅋㅋ너무 귀여웠어요~~파티 때 먹은 피자도 존맛이었습니다.”

부산의 어느 게스트하우스의 가짜 리뷰 판매자가 리뷰어에게 사진과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며 리뷰에 들어갈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카카오톡 일대일 채팅방 갈무리
부산의 어느 게스트하우스의 가짜 리뷰 판매자가 리뷰어에게 사진과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며 리뷰에 들어갈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카카오톡 일대일 채팅방 갈무리

전국 곳곳에 있는 다양한 숙박업체들이 이런 식으로 가짜 리뷰어를 구하고 있었다. 어느 날엔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리뷰를 적었다. 또 다른 날에는 경기 포천에 있는 펜션 리뷰를 작성했다. 어느 곳도 가본 적 없는 곳이었다.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식당과 술집은 물론 병원도 가짜 리뷰어를 모집하여 돈을 지불하고 있었다. 우리의 일상 곳곳에 가짜 리뷰가 번져 있었다.

※ 식당, 술집, 병원 등 더 다양하고 교묘한 가짜 리뷰의 현황을 2회에서 계속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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